2023년 11월 25일 (토) 오후 3시
하동교육 토요배움터 두 번째 강좌가 열립니다.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 협력센터 초대 센터장
임경환 선생님은 전라남도 순천에서 시민, 지자체, 교육청이 모여 '지역 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하는 모델을 만든 교육거버넌스 전문가이자 활동가입니다.
단발성으로 그치는 자리, 지자체와 교육지원청, 의회의 우두머리가 바뀔 때마다 진통을 겪다 사라지는 자리가 아니라,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순천시 교육 정담회를 꾸려 지금까지 이끌어 왔습니다.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교육에 대한 저마다의 고민을 꾸준하게 한자리에 모여 서로 나누고, 토론을 거쳐 생각과 가치의 공통분모를 확인하고 확장하며, 일의 우선 순위를 함께 가늠하고 그 실행을 적극 돕는, 교육 협력을 위한 협의체입니다.
순천시에서 이와 같이 지역 교육에 관한 꾸준한 논의와 실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임경환 씨와 같은 활동가들이 2021년 순천시·순천교육지원청·순천시의회의 '교육협력비전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덕분입니다. 이후, 순천시의 교육 논의는 이 선언문의 합의 아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순천시의 교육자치 경험을 배우고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우리 하동의 현실에 적용할 만한 지혜를 구고자 합니다.
임경환 선생님의 간단한 약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 조선대학교에서 교육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육출판사인 보리출판사에서 일했다. 학교너머에서 교사로 일하고, 전남청소년 노동인권센터에서 교육위원으로 일했다. 조선대학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교육사회학과 교육철학을 강의했다.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순천의 지역 교육이 시민, 행정, 교육계가 함께 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이 센터는 지금도 전국의 많은 지자체와 교육 기관이 본보기로 삼고 배우고자 애쓰고 있다. 현재는 행안부, 교육부, 공주대지방교육정책개발원 등에서 미래형교육지구, 인구감소지역의 주민참여형 소생활권 활성화 프로젝트 사업, 늘봄학교 시범운영과 관련된 컨설팅을 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교사와 손잡은 청소년노동인권』, 『함께 만드는 마을교육공동체』, 『마을의 가치, 학교와 같이』가 있다.
이번 강좌를 준비하면서, 함께 읽어보면 좋을 자료를 보내 주셨습니다.
강좌에 오시기 전에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특히 정담회에서 여러 차례 다룬 <교육경비보조금>은 수년간 하동군이 집행할 수 없는 예산이었습니다. 법률 제한 때문이었는데요. 올해 7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통해 교육경비보조금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자료는 2가지입니다.
마을 교육의 씨앗, 정담회
마을교육의 씨앗, 정담회
임경환
전)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장
지역주민은 교육의 주체일까
‘교육의 주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흔히 교직원, 학부모, 학생이라고 답한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해 지역주민이 교육주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상은 교육 비전문가인 지역주민이 교육주체가 될 수 있느냐는 반발도 많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교육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다. 교육은 교육행정기관과 학교가 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특히나 학부모가 아닌 지역주민들은 그게 주민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역주민이자 학부모인 사람들도 내 아이 교육에는 관심이 많지만 지역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
순천도 그런 면에서 여느 도시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근래에는 그나마 지역주민들이 모여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문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최근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늘봄학교 정책이 교육청과 학교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을 때 정부 지침대로 운영되도록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돌봄 문제에 관심 있는 지역사람들이 모여서 순천의 늘봄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문화가 자리잡기까지는 201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열린 교육공론장 ‘정담회’가 한몫을 했다. 시민들이 지역교육을 논의하는 장에 참여하고 이 논의가 행정에 반영되는 과정을 통해서 순천에서는 새로운 교육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이 협치를 통해 지역의 교육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실상 이러한 논의에 지역주민들은 파트너가 아니라 하나의 사업수행자로 머물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순천에서 지금까지 총 52차례 정담회가 열렸는데, 이런 교육공론장이 있기에 그나마 지역주민들이 교육 주체로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지역주민들이 건강한 교육거버넌스 주체가 되었을 때 지역이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하는지, 그 경험들이 지역에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정담회의 시작과 운영
정담회는 순천시가 교육부의 '풀뿌리 교육자치 협력체제 구축 지원 사업'에 응모하는 단계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이 사업에서는 교육 관련 민관학 거버넌스(협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하나의 과제로 제시했다. 보통은 민관학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때 위원회를 먼저 설치한다. 나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회를 운영한다고 민관학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까’ 하는 회의가 먼저 들었다. 특히나 ‘거기에 참여하는 민간 위원들이 민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의 발언은 민의를 반영한 의견인가, 아니면 개인의 생각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민관학 교육거버넌스가 잘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민(民)이 동등한 하나의 주체로 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자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계획단계에서부터 이 사업에 관여하게 된 나는 무슨무슨 위원회 대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교육실천공동체를 만들자고 담당 공무원에게 제안했다. 마침 이 공무원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각종 위원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터라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정담회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의무적으로 와야 하는 자리가 아닌데도 시민들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청 장학사, 지자체 평생교육 담당 공무원, 시의원, 중간지원조직 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다. 매달 주제에 따라서 참여하는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매달 이야기 나눌 주제는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라고 하는 단체채팅방에서 정한다. 주제를 모으고, 제안된 주제를 선정하고, 정담회를 사람들에게 안내하고, 사람들이 오는 자리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기록하고, 다음달에 보고하는 역할은 순천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인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에서 맡아서 하고 있다.
정담회에서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데, 주로 지역교육 현안에 관한 해결과제들이 논의되곤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정담회에서 ‘교육경비보조금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다루어졌다. 이 주제를 논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 포럼이나 공청회, 연구용역 보고회 등을 통해서 지속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울에 진학하는 소수 학생들에게 집중되던 교육경비 보조금을 지역에 남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지원하자는 쪽으로 순천교육경비보조금의 방향이 새롭게 재설정되었고 이후 조례 전부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점점 정담회는 써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둥그렇게 앉아 돌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매번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2시간 반 남짓한 시간 중에서 약 40분 정도를 자기 소개, 그리고 지금 현재 자기의 상태를 말하는 데 쓴다.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적다(이 의견을 받아들여서 센터 사업보고와 계획서는 자료로 대체하고 있다), 매번 나오는 사람들은 소개를 건너뛰어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다. 주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 자체를 아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를 먼저 형성한 후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 사람이 강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으려고 한다. 발제를 하더라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소한, 그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만 허용된다. 전문가의 견해보다 여기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잘 표현되는 데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정담회가 끝난 후 실무협의회를 열어서 정담회에서 나눈 내용들이 행정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최근에는 교육협력실무협의회가 열리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정담회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정담회에서 순천마을교육공동체활성화를 위한 조례 초안을 검토하기도 했고, 교육경비보조금 관련 논의들이 수 차례 이루어져서 순천시 교육경비보조금 방향을 결정하기도 했고, 순천시교육발전지원 조례를 전면 개정하기도 했지만, 여기서 나눈 내용들이 반드시 행정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정담회가 조례에 명시된 모임이기는 하지만) 이 모임 자체가 법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었다.
혹자는 정담회에서 나눈 내용들이 일정한 강제성을 지녀야 공론장으로써 가치를 가진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정담회에서 나온 내용들이 모두 실행되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움이 있었기 때문에 행정기관에서 이렇게 계속 참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정담회는 무엇을 남겼나?
5년 동안 이어온 정담회의 가장 큰 의의는 그동안 시민들이 교육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데에 있다. 정담회를 통해서 지역교육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순천시에서 교육경비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교육기관에 얼마의 돈을 어떤 내용으로 주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정담회에 참여하다 보면 회의 자료를 통해 그러한 정보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위원회 위원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경험 안에서 사고하던 시민들이 조금 더 넓은 지역 단위로 사고할 수 있게 된 것도 변화 중 하나다. 학교폭력이 덜 일어나기 위해서 우리 지역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민들도 늘어났다. 2019년 10월 15일에 열린 13차 정담회 주제는 “평화로운 학교를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이었다. 학교폭력이 줄어들기 위해서 학교문화나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더 근본적으로 ‘학교폭력 없는 순천’을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이 충분히 놀 수 있는 공간과 시간,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충분히 지역사회에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교육 관련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부분은 아직도 민원이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교육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으면 정담회에 가면 돼”라는 인식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2021년 5월 4일에 열린 28차 정담회 주제는 “기후위기 시대, 지역교육의 역할”이었는데, 이 자리에서 한 시민은 “초겨울에도 개나리가 피는 현실”에서 살면서도 “기후위기 교육이 학교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 자리에는 평생교육과 팀장이 참석하고 있었고, 그 시민의 눈물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다음 해에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학교지원”이라는 교육경비보조금 사업이 신설되었다.
정담회가 회차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평일 낮 시간에 열려서 직장인들이 참여하기 힘들다는 점, 중요한 교육주체인 청소년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 타인을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아직은 서툰 사람들이 많다는 점, 정담회에서 말한 내용들이 녹취 수준으로 정리되다 보니 특정 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은 개인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 정담회 초기와는 달리 행정에서 불편해하는 내용들을 의제로 다루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는 점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들 가운데는 어떠한 형식을 갖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과제도 있어서 이 형식을 유지한 상태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도 있다. 그렇기에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정담회를 유지한 채, 교육 관련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 다른 교육공론장들을 모색하다
매월 1회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 상징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한계도 있다. 좀 더 작은 생활권 단위에서 삼삼오오 모여 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최근 순천에서는 스터디서클 방식의 ‘마을정담회’를 열어 초등 돌봄, 기후위기 등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마을별로 모임을 만들고 있다.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자키시에서 열고 있는 ‘가와자키 100인회의’ 같은 것을 순천에서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순천뿐만 아니라 정담회 자리의 의의에 공감한 전국의 마을활동가들이 자기 지역에서도 이런 교육공론장을 열어가고 있다. 충북 괴산에서 소담회(20차례), 부산에서 진담회(6차례), 울산에서 소담회(14차례), 전북 전주에서 전주교육실천공유회(11차례), 경남 의령에서 지역연계교육실천공동체(2차례)가 열렸고, 광주에서도 광주교육시민협치진흥원 주최로 정담회를 5월부터 열 계획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마을교육공동체의 뿌리를 좀 더 튼튼히 할 것이다. 공모사업을 수행하기 이전에 우리는 왜 마을교육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더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이렇듯 원활한 논의 속에서 활동이 도출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사라지면 기존에 하던 사업을 반복하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마을과 학교가 왜 만나야 하는지, 마을이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이 되려면 우리는 어떤 활동을 기획해야 하는지, 마을교육이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그 본질을 끊임없이 묻지 않으면 마을교육은 학교교육의 보조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양한 교육주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들이 많아야 마을교육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교육을 주제로 일반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생소한 듯하다. 왜 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지역주민들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냐고, 이들의 이야기가 더 나은 결정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법적 기구가 아닌, 주민들의 자유로운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힘을 얻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교육이라는 영역에 필요한 전제 조건이 '전문성'이라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시민들의 발언을 막을 수는 없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공론장을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who)인가를 리얼하고도 교환불가능한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94쪽)”라고 했고, 인간은 “행위하고 말하는 것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내보이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인간 세계에 현상한다(234쪽)”고 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공적인 영역에서 자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인간의 존재 이유이다.
4년 간의 순천교육, 자치와 협력을 시도하다
4년 간의 순천교육, 자치와 협력을 시도하다
임경환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 활동가
2018년 10월 19일, 순천시마을교육지원센터가 생겼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그 센터는 순천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로 변해 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경험한 순천마을교육공동체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서술된 것이어서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기록으로 전남 마을교육공동체의 한 단면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해 보려고 한다.
중간지원조직 활동가의 삶을 시작하다
내가 살면서 중간지원조직 활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018년 10월경 당시 순천시청 평생교육과 신원섭 주무관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공무원들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장학사를 만나본 적도 없다. 공무원과 협업하여 일한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런 내가 순천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이 일이 그간 해온 활동의 종합판 같아서 내심 기대되기도 했다.
대학 4년 동안 야학활동을 하고, 그 활동 속에서 학교밖청소년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그 아이들이 갈만한 곳을 찾다가 대안교육, 변산공동체, 풀무학교, 간디학교 등을 알게 되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경험이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바로 학교로 가지 않고 신문사와 출판사에서 일을 하였다.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잠깐 공교육 현장에 있다가 다시 학교를 나와 학교밖청소년들과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였다. 우연히 순천에 이주하게 되면서 다시 학교밖청소년활동, 청소년노동인권, 언론협동조합 활동을 하게 되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동안의 활동들이 마을교육공동체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순천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 탄생
나에게 이런 제안이 오기까지 사전에 여러 흐름들이 존재했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정책적으로 마을학교 공모사업을 펼쳤고, 이때 이 업무를 총괄하던 장학관이 순천 재미난협동조합에 마을학교를 제안하였고, 그때 당시 나는 재미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부분적으로 마을학교에 참여하고 있었다. 재미난마을학교 구성원들은 2018년 마을교육공동체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의 세계적 동향과 과제」를 공부하였다. 그 과정에서 당시 허석 순천시장 후보에게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공약으로 해 줄 것을 제안하게 되고 허석 후보가 순천시장이 되면서 순천은 기초지자체에서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때 마침 교육부에서 풀뿌리교육자치협력체계 구축 사업을 하게 되었고, 그 사업에 순천시가 응모를 하여 교육부 사업에 선정되었다. 순천시에서 이 사업을 함께할 민간 파트너를 찾던 중에 나에게까지 제안이 오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순천시가 시민 주도로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려나갈 수 있었던 요인들이 내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신원섭 주무관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신원섭 주무관은 풀뿌리교육자치협력체계 구축 사업은 공무원이 하는 것보다 교육활동가가 마을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가능하고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교육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생각이 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구축사업 순천 사업계획서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신원섭 주무관은 본인이 작성한 사업계획서 초안을 가지고 앞으로 일할 사람을 찾아 함께 논의하여 계획서를 수정하는 분이었다. 그 분이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지금의 순천마을교육공동체가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순천에 마을학교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중간지원조직의 초기 모습
센터는 2019년 4월 1일 재미난협동조합에 민간위탁되었다. 그 전까지는 기간근로자 형태로 4명이 평생교육과에 소속되어 교육부 사업을 수행하였다. 인건비 예산은 충분치 않았고 주어진 예산 안에서 4명의 활동가들이 월급을 나눠가졌다. 이때 센터 활동가들은 센터 내의 모든 활동가들의 임금 기준은 시간당 1만원으로 동일하게 받자는데 합의를 하였다. 이는 센터 내 모든 노동의 가치는 동일한데 다만 역할이 다를 뿐이고, 직급에 따라 최소한 경제적으로 차이를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돈을 나누어 가진다고 해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지향한다는 선언적·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이 원칙은 지금도 큰 틀에서는 변함없이 지켜지고 있다.
초창기 센터에서 근무한 활동가들은 다들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다. 시민사회나 노동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살아온 이력은 있지만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 거버넌스에서는 ‘쌩초보’였다. 모든 것을 하나하나씩 배워가면서 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중간지원조직은 무엇을 하는 곳이지?’라고 하는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초창기 순천 마을교육공동체 중간지원조직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함께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배우고, 함께 순천 마을교육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을 기획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정담회
중간지원조직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민·관·학 교육거버넌스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교육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소위 ○○○위원회로 통칭되는 기존의 민·관·학 거버넌스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형식적이었다는 경험이 있었기에 순천 시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든지 이야기할 수 있는 열린 교육공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우선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매달 한 번씩 지역 교육 의제를 이야기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센터가 세워진 달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정담회는 매월 진행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11월에는 34차 정담회가 열렸다. 센터에서 하고 있는 사업들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그달 논의할 주제를 정하고 그 이야기를 하는데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하기도 한다.
이 자리에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교사뿐만 아니라 지자체 담당 공무원, 교육지원청 장학사, 시의원 등이 함께한다. 주제에 따라 모이는 구성원들도 다르고 인원도 다르다. 평균 20~30명이 함께한다. 한 달에 한번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이다. 2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가겠느냐만 순천에는 이런 공론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이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들 가운데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후 토론회나 포럼을 열기도 하고, 며칠 뒤에 열리는 실무협의회 자리에서 행정적으로 실현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지역 교육 의제 관련하여 시민사회에서는 그동안 사안에 따라 시민사회 단체가 입장을 내는 것이 주된 의사소통 방법이었지, 시민들이 주기적으로 지역의제를 논의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관의 입장에서는 이런 자리가 낯설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동안 관은 이런 일들을 왜 해야 하지 않았느냐, 앞으로는 이런 일들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종종 오간다. 정담회 자리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논의하자고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는 종종 관에게 책임을 묻는 말들이 오가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직 우리의 현재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이것도 서로가 성숙해가는 하나의 과정라고 생각한다. 시행착오가 있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시도가 없었다면 시행착오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은 일어난다.
정담회는 시민들이 교육의 주체가 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교육행정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려웠다. 지역주민을 교육의 4주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로 교육의 주체가 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교육은 교사, 학교, 교육청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의 뿌리가 깊다. 교육부에서 국민과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겠다고 변화를 시도해 보지만 시민들은 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우선은 지역 교육 의제에 대해 정보를 접하고 생각해보는 연습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센터에서는 정담회 자리뿐만 아니라 지역 카페에서 3인 이상이 모여서 교육과 관련된 수다를 나누고자 하면 퍼실리테이터와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녀 입시나 진로 문제 외에도 지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公)적 교육이슈들이 시민들 사이에서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동안 정담회에서 다루어진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 회차 | 논의내용 |
| 1차(2018.10.) | -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소개 및 성원 배지 달아주기 - 순천시 마을학교 조성 사업 소개, 실천공동체 운영에 대한 의견 수렴 |
| 2차(2018.11.) | - 제안 공유(학교 밖 청소년 자립을 위한 프로젝트 지원, 마을교육공동체 공부모임) - 모둠토론(순천시마을학교지원센터가 준비해야 할 것 등) |
| 3차(2018.1.2) | - 광주광역시 광산구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계획과 운영사례, 민·관·학 연계를 통한 사업방향 - 2019년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운영 방향 논의 |
| 4차(2019.1.) | - 순천시마을학교지원센터 활동 보고 - 2019년 순천시마을교육공동체 공모사업 사업계획(초안) 설명 및 의견 수렴 |
| 5차(2019.2.) | - 2019년 순천형 마을교육공동체 1년 계획안 공유 및 토론 -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운영 방향 논의 |
| 6차(2019.3.) | - 2019년 전라남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계획 공유 - 순천혁신교육지구 사업계획 공유와 토론 |
| 7차(2019.4.) | - 2019년 마을교육공동체 공모사업안 설명 및 의견수렴 |
| 8차(2019.5.) | - 목공 체험을 통한 감정나눔 워크숍 |
| 9차(2019.6.) | - 2019년 순천시 마을교육공동체 공모사업 경과 및 현황 보고 - 순천시 교육환경개선비 방향 논의 |
| 10차(2019.7.) | - 주민자치와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만날 수 있나? - 곡성 죽곡 마을교육공동체 사례 공유 |
| 11차(2019.8.) | - 영국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연수 공유회(토트니스 전환마을, 써머힐학교) |
| 12차(2019.9.) | - 순천 혁신교육지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논의 |
| 13차(2019.10.) | - 회복적 정의에 대한 논의 - 학교폭력 현황과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 논의 |
| 14차(2019.11.) | - 순천형 마을교육공동체 현황 공유 - 순천시 마을교육공동체 한마당(12.17.) 기획안 공유 및 의견 수렴 |
| 15차(2019.12.) | - 2020년 순천마을교육공동체 공모사업 의견수렴 |
| 16차(2020.1) | - 마을활동가 제안으로 듣는 마을교육공동체 방향 - 순천공고 체육관 공간혁신 논의 |
| 17차(2020.5.) | - 첫 ZOOM온라인 화상정담회, 코로나와 마을교육공동체, 내 삶의 변화 |
| 18차(2020.6.) | - 마을교육공동체 조례제정을 위한 초안검토, 의견수렴 |
| 19차(2020.7.) | - 순천 국제화 특구 해제 논의 |
| 20차(2020.8.) | - 순천 교육경비 지원방향,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교육 |
| 21차(2020.10.) | - 코로나 시대 돌봄의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
| 22차(2020.11.) | - 생태수도 순천 지방교육자치를 꿈꾸다 논의 |
| 23차(2020.12.) | - 2020 지역교육력회복실천공동체 되돌아보다 |
| 24차(2021.1.) | - 2021년 내가 하고 싶은 것들 |
| 25차(2021.2.) | - 아동 청소년이 지역의 청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 |
| 26차(2021.3.) | - 21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돌봄을 생각하다 |
| 27차(2021.4.) | - 다시, 순천 교육경비 방향을 묻다 |
| 28차(2021.5.) | - 기후위기시대, 지역교육의 역할은? |
| 29차(2021.6.) | - 청소년 자치활동 활성화 방안 |
| 30차(2021.7.) | - 온 마을이 필요한 아이들(상처받은 아이들의 돌봄) |
| 31차(2021.8.) | - 여순항쟁이 순천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 배움으로 이어지려면 |
| 32차(2021.9.) | - 지역과 대학의 만남 |
| 33차(2021.10) | 국민참여단 10대 의제가 순천지역에 자리잡으려면 |
| 34차(2021.11) |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교육이 되려면 |
교육경비보조금을 둘러싼 수차례 논의
정담회에서 많은 주제들이 논의되었지만 그 가운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고 있는 주제는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보조하고 있는 ‘교육경비보조금’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지자체가 학교나 교육지원청에 어떻게 지원해 주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 주제가 논의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지자체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과 교육지원팀장은 교육경비를 더 내실 있게 사용하고자 했다.
2019년 6월, 9차 정담회에서 평생교육과 교육지원팀장은 2019년 교육경비지원내역이 담긴 문서를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원어민 영어교육에 과도한 예산이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경비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소수 아이들을 위해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남는 보통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담회 이후에 별도의 TF팀을 꾸려서 논의를 이어가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 TF팀이 이후에 진행된 교육경비 포럼을 준비하게 되었고, 포럼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서 교육경비와 관련된 논의를 가졌다. 논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 날짜 | 내용 |
| 2019년 6월 18일 | 9차 정담회 자리에서 교육경비보조금 관련 첫 논의 |
| 2019년 6월 21일~ 2019년 8월 6일 |
에듀피아 순천 2020+ 수립 준비모임 (교육경비보조금 포럼 준비모임) |
| 2019년 9월 20일 | 교육경비 포럼 |
| 2020년 7월 ~ 2021년 4월 30일 |
교육경비 연구용역 진행 |
| 2020년 7월 10일 | 교육경비지원정책 연구용역 TF협의회 |
| 2020년 7월 21일 | 19차 정담회 (주제: 국제화교육특구 해지) |
| 2020년 9월 1일 | 20차 정담회 (주제: 순천교육경비방향) |
| 2020년 10월 20일 | 교육경비 정책연구 전문가 협의회 |
| 2021년 4월 6일 | 27차 정담회 (주제: 교육경비용역 중간보고회) |
| 2021년 4월 29일 | 교육경비연구용역 공청회 |
| 2021년 5월 14일 | 순천 평생교육컨퍼런스 – 교육경비 방향 주제토론 |
| 2021년 6월 1일 | 29차 정담회 (주제: 교육경비조례 개선안 토론회) |
| 2021년 7월 20일 | 교육경비지원조례 개정안 간담회 |
| 2021년 8월 18일 | 교육경비지원조례 개정안 관련 기관 협의회 |
그렇게 해서 2020년 교육경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시민들의 논의가 행정에 반영된 결과였다. 물론 이 논의를 행정에서 수용해 주었기에 가능했지만. 시민이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 일몰사업 | - 특성화고 기능영재반 운영지원 특성화경시대회 운영반 및 전국대회 지원 특성화고 학력증진 사업 지원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및 학력증진 특성화고등학교 진학 홍보 지원 우수교육직원 역량 강화 국외 연수 지원 교환학생 및 국제교류 프로그램 지원 중3 우수학생 진학 장려금 지원 순천형 환경교육 과정 개발 지원 |
| 신규사업 | 균형발전을 위한 학교 혁신 프로젝트 고등학교 카페형 학습공간 지원 교육경비지원 정책 연구 용역지원 장애학생 교육프로그램 지원 |
| 확대사업 | 초등 돌봄교실 지원 전남혁신학교 순천교육지구 운영 역사현장 국외 체험학습 문화예술 프로그램 운영 지원 기초학력 신장 지원 내 고장 순천 바로 알기 위기학생 관리 지원 중고교 신입생 교복지원 4차 산업혁명 대비 sw 교육 지원 학생교통 편의 지원 |
2021년에는 그동안 정담회에 꾸준히 참석했던 박혜정·김미애 의원이 교육환경개선 조례를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례 개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이 교육경비를 각급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교육, 학교밖청소년들에게도 쓰이면 어떻겠냐는 것이 핵심 쟁점인데, 이 과정에서 각 기관의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으면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시각차를 어떤 과정을 통해서 조율하느냐 하는 것이고 이 과정을 잘 진행한다면 서로가 성장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을교육자치회
정담회가 시민들이 순천시 단위의 교육의제들을 다루어보는 연습의 장이라고 한다면 마을교육자치회는 자기가 생활하고 있는 생활권 단위의 교육의제들을 시민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보는 장이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은 자기 동네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두고 동네 아이들의 삶에 관심이 부족했다. 주민자치회나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아이들은 이미 훌쩍 커버려 더 이상 자기 동네 아이가 아닌 것이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알아서 잘 키워주겠지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지역에서 아이들의 삶의 문제들은 다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지역과 학교가 점점 분리되다 보니 학교의 고민을 지역이 함께하기가 어려워졌다. 학교는 점점 힘들어졌다
마을교육자치회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몇몇 동네에서는 학교 교장, 교사, 학부모, 마을학교 대표, 주민자치회 회장, 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우리 동네 교육 사업들을 논의한다. 우리 지역이 학교 교육과정으로 포함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역 주민들과 학교 교사들이 모여서 마을교육과정을 만들고 이것을 수업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을 기르고 있다.
순천에서는 8개 읍·면·동(별량면, 낙안면, 조곡동, 저전동, 상사면, 왕조2동, 월등면, 해룡면)에서 마을교육자치회를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각 읍·면·동마다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순천시는 2021년부터 24개 읍·면·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 주민세를 동네에 환원하여 그 예산으로 주민들이 계획한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들은 주민자치회에 가입하여 일정 부분의 예산이 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 쓰일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별량면 청소년 정책마켓
정담회든, 마을교육자치회든 교육 당사자인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진정 주체로 나서고 있지는 못하다. 장을 열어 놓았지만 모임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막상 모임에 참여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언하지 못한다. 여전히 어른들끼리 모여서 지역 아동·청소년들의 삶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지역 아동·청소년들에게도 마을의 문제는 어른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
별량면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지역이었고 당시 주민자치회 회장이었던 현영수 씨가 별량면 청소년들이 별량면 정책을 제안하는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시단위에서 청소년들의 정책마켓이 실시된 적은 있었지만 주민자치회 예산으로 면단위에서 청소년들이 정책을 만들자는 제안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2021년 4월부터 별량면 마을교육자치회 구성원들이 모여서 별량면 청소년 정책마켓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 나갔다. 학교 정규 수업 시간을 이용해 아동·청소년들은 마을로 나가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마을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그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했다. 다시 마을로 나가 자신들이 만든 정책이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지 확인받았다. 학교로 돌아와 학교 구성원들과 토론과정을 통해서 정책들을 세련되게 다듬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책을 발표하고 기관 담당자들에게 자신들의 정책을 제안했다.
아동·청소년들은 총 18개 정책 제안을 했고, 그 가운데 4개가 주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었다. 주민총회를 거친 4개 정책은 다음해 주민자치회 예산으로 사업이 수행될 예정이다. 학생들이 제안한 정책 가운데 순천별량중 학생들의 ‘약품 나와라 뚝딱’이 우선 순위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 순천 24개 읍·면·동에서 학교와 연계하여 청소년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그것이 사업에 반영된 첫 번째 사례다. 내년(2022년) 주민자치회 사업을 계획할 때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 청소년들이 마을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례가 나오기를 바란다. 그것이 학교 정규교육과정과 연결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이것이 센터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별량면 정책마켓 하이라이트 영상은 유튜브(https://youtu.be/LgAWAGZ7N9w)에 탑재되어 있다. 내년에도 별량면 청소년 정책마켓은 계속된다.
박스기사
| 약품 나와라 뚝딱 별량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정책이다. 별량면에 약국이 하나 밖에 없고, 어르신들이 약을 사기 위해 멀리서 버스를 타고 온 다는 사실이 이 아이들에 마음에 걸렸다 보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은 약을 직접 자신들이 구매해서 자전거를 타고 그 어르신들이 계시는 마을회관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생각한 것이다. 이 정책이 실현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약사법 검토도 마쳤다고 한다. 이 정책은 올해 별량면 마을총회 사전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르신들에게도 그만큼 유용한 제안이었던 것이다. 이 정책은 마을총회를 통해서 내년도 사업으로 선정되어서 예산 배정이 이루어졌다. 내년도에는 별량중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회관에 약품 배달을 다니는 모습들을 지역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
마을이 필요한 아이들
센터의 역할은 지역교육에 관심을 갖고 학교와 함께 교육을 고민할 수 있는 시민들을 발견하고 양성해내는 것이다. 또한 학교 교육으로 해결되지 않았던 빈 영역들을 메우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특히나 마을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서 마을이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밖청소년 창업공간 재미난 제과점
개인적으로 학교밖청소년 활동들을 계속해서인지 학교에서 벗어나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교육공동체가 이들을 품지 못하면 반쪽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끊이질 않았다. 학교밖청소년들이 지역에 남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지역에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그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은 아닐까 싶었다.
이때 마침 지역에서 삼성꿈장학재단에 학교밖청소년 활동으로 사업계획서를 내보자는 제안이 있어서 학교밖청소년들이 지역에서 창업까지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업 내용을 작성하자고 했다. 학교밖청소년들과 이야기 끝에 제과점과 공정여행사를 지역에 만들어 보는 걸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약 1년 동안 제과점과 공정여행사를 만드는 것을 해보고 싶은 아이들을 모집해서 아이들과 만났다. 이 과정을 통해 3명의 학교밖청소년들이 제과점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역 내 제과기능장의 재능기부로 아이들은 일정 정도의 수련을 마친 뒤 기본빵을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아이들이 빵을 만들 의지와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제과점을 차릴 수는 없는 일이다. 마침 저전동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청년창업거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접했다. 센터는 공간을 구하기 위해서 청년창업거리 조성사업에 공모를 하였고 학교밖청소년들은 함께 면접을 보았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들어서 기쁘긴 했으나 이제 빵 만들 기계들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그때 하늘의 도움이 있었던지 평생교육과 팀장에게 국제로타리클럽에서 연락했다. 교육 관련해서 도움을 줄 곳이 없냐고. 그렇게 국제로타리클럽의 도움으로 제과점 설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제과점 오픈을 앞두고 당장 학교밖청소년들의 월급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학교밖청소년 인턴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도시재생과, 아동청소년과, 국제로타리클럽, 교육부, 삼성꿈장학재단의 도움으로 재미난 제과점이 지역에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밖청소년들이 창업을 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그 가게를 학교밖청소년들이 주인으로 운영해보는 경험이 교육적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진정한 자치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보는 것에서 실현될 수 있으리라.
주문을 받거나 거절하거나, 몇 시에 출근하고 퇴근할 건지, 이익금을 어떻게 나눠가질 건지 등등 이 모든 의사결정을 그들이 한다. 어른들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든든한 뒷배가 되려고 한다. 아무리 그들이 모든 것들을 다 결정하는 사장님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행한 노동의 대가를 모른 체 할 수는 없다. 아직 그들이 자립하기 위해 옆에서 도와야 할 일이 많다. 제과점 기술 지도도 해야 하고 회계, 정산도 봐 줘야 하고 마케팅도 신경써 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센터 직원들이 지원하고 있으니 어디까지가 우리의 역할인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다양한 부서들이 협업하여 제과점을 만들었듯이 다양한 부서들이 함께 운영해가는 모델로 진화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학교밖청소년 창업공간 모델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온종일온마을케어
센터는 특정 부서의 사업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혁신학교팀만의 사업이 아니다. 별량 청소년 정책마켓은 마을학교담당의 업무이기도 하면서 청소년자치담당 업무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교육지원청 생활인권팀과 더 긴밀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기적의 꿈성장 프로젝트와 온종일온마을케어 사업을 센터가 위탁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순천교육지원청 생활인권팀 이선례 장학사는 나에게 “학교에서 힘든 친구들을 마을이 함께 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오히려 마을에서 이런 친구들을 맡아주면 학교에서도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좋아질 거라 했다. 그래서 온종일온마을케어 사업이 시작되었다. 2020년에는 지역의 한 마을학교가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주었고, 2021년에는 우리 센터가 직접 이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분리가 필요한 학생들이 발생하면 학교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교육지원청에 온종일온마을케어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한다. 그러면 센터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과 소통한 뒤 학생들을 받아들인다. 학생들은 최대 10일 간 학교 대신 공유공간 ‘디딤돌’로 온다. 프로그램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활동을 중심에 두고 설계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서울대를 나와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음악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순천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게 해주며, 어린이집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아이에게는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서 인턴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다. 문제아라고 해서 문제아로 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말을 조금 더 유심히 들을 뿐이다. 케어를 한다고 해서 상담 프로그램을 돌린다든지, 학교에서 잘못을 했으니 교정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든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잠시나마 학교에서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지역에 있는 공간과 사람과 연결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지역 사회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 학생들과 지역 사회가 만나는 시간만큼 지역 사회는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 학생들로 인해 이 학생들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기적의 꿈 성장 프로젝트
순천에서는 2년째 ‘기적의 꿈성장 프로젝트’를 해보고 있다. 전라남도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청소년 미래 도전 프로젝트’의 순천버전이다. 순천 지역 아동·청소년들이 마을을 알고 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이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하고 싶은 일을 적은 한 장짜리 계획서만 있으면 특별한 심사과정 없이 예산과 멘토를 지원해 준다. 이 일도 순천교육지원청 학교생활지원센터 생활인권팀과 함께 한다. 순천교육지원청은 이 계획을 학교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안내하고 센터는 이 프로젝트를 신청한 팀들과 멘토를 연결하고 그 멘토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별량초등학교 학생들이 별량면 행정복지센터 앞에 있는 정자를 수선한 프로젝트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별량면사무소 앞 정자를 수선하기 위해 별량면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게 자신들의 계획을 말하고 직접 페인트도 칠하고 댓돌을 설치하는 활동이 이어졌다.
올해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벌어지고 있다. 시집 만들기, 여순항쟁 연극, 학교 벽면에 벽화그리기, 면 관광지도 만들기, 레진 아트, 빵만들기 등등. ‘앞으로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에 전화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대’라는 말들이 아동·청소년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예산이 부족해지는 사태가 벌어졌으면 좋겠다.
민·관 교육협력
과거 지역 아동·청소년 관련된 업무들은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지자체는 복지, 교육지원청은 학교 교육. 서로 각 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각 기관끼리 따로 일을 해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많아지다보니 점점 협력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하고, 더군다나 민과 함께 협력해서 일을 하라고 하니 모두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특히 순천은 그 사이에 마을교육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있어 더욱 일이 복잡하게 되었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 사이에 민에서 운영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있고, 그들은 자꾸 각 기관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한다.
실무협의회
2018년 12월 17일 순천시와 전남도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순천시와 순천교육지원청, 순천시마을학교지원센터가 매월 실무협의회를 가진다는 내용이 업무협약 문구로 적시되어 있었다. 센터는 그 문구를 근거로 실무협의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월 만남을 가졌다. 지금까지 32차 실무협의회가 열렸다. 처음에는 정담회가 끝난 뒤 이틀 뒤에 열렸으나 모임을 정리하는 시간이 촉박해서 정담회가 열린 다음주 목요일에 실무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담회에서 나누었던 내용들을 행정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그 달에 함께해야 할 행사나 사업이 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한다. 주제에 따라 순천시청 평생교육과와 순천교육지원청 학교혁신교팀 외에도 다른 팀에서 회의에 참여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각 기관별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면 되는데, 공동으로 함께 사업을 기획해서 진행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해서 더 나은 효과를 몸소 체험하면 협업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협업의 필요성이 느껴지는데, 그렇지 않으면 협업을 왜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민과 관의 신뢰 관계 맺기
지금 돌이켜보면 타 지역에 비해서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가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관과 민 사이의 신뢰 관계 속에서 민간이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자체가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이런 신뢰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한 건물에서 살면서 수시로 소통하고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협력하다보니 신뢰는 그렇게 서서히 쌓여져 갔다. 서로 간의 만남에서 ‘사업’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가 일어났기에 그런 신뢰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가운데서 순천 아동·청소년들이 지역에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서로의 진심이 확인된 것이다. 이런 과정이 없다면 서로 간의 신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민간위탁 제도 자체가 민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서로 간의 신뢰는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신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가치와 방향을 계속해서 점검해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서로 간의 가치와 방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진심을 믿어준다면 최소한의 신뢰는 가능해 보인다.
교육협력비전이 현실로 구현되는 그날까지
2021년 6월 28일,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순천시, 순천교육지원청, 순천시의회는 ‘지역교육자치도시를 위한 교육협력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이날 발표된 5개의 공동 과제는 다음과 같다.
학교와 마을이 더불어 성장하는 지역교육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학생과 시민 모두 삶의 주인이 되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경계를 넘는 교육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전체를 배움터로 조성하겠습니다.
순천을 배우는 지역특화 교육과정을 통해 로컬형 인재를 키우겠습니다.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성장을 유도하는 평생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참 아름답다. 양 기관에서 이 정도의 합의문을 공동으로 작성했다는 것이 4년 동안 순천에서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다. 지금 현재 이런 모습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순천이 이런 비전을 가지고 순천시청과 순천교육지원청, 순천시의회가 정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여전히 현실은 이 비전과 거리가 멀다.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던 교육도시 순천에는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인서울’을 목표로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도 많다. 순천에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지 않다. 아직 마을교육공동체라는 단어가 익숙한 시민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천에서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도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얘기들이 오가게 된 것, 교육을 매개로 자그마한 공동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난 것, 순천 아이들이 순천과 관련된 내용들을 수업시간에 배울 수 있게 된 것, 학교에서 힘든 아이들이 올 수 있는 공간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게 된 것, 그것이 여러 사람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변화다.
앞으로도 순천시 평생교육과, 순천교육지원청, 순천풀뿌리교육자치협력센터는 앞에서 언급한 비전과 현실이 가까워지도록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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